[컬럼] 주민자치회법 제정 어떻게 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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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토론회 토론요지. 신 환 철(전북대 교수)

<신환철(전북대학교 교수>

우선 한국주민자치학회 전상직회장님의 발제문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주민자치회법 제정을 위해 엄청 고생 많이 하셨다는 점이다. 또한 그간 노력의 결실로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관한 정부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국회의 입법화까지 이끌어냈지만,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에서 주민자치의 구성원이자 주체인 주민이 빠져있어 과연 누구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와 일부 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의 표준 조례에 근거하여 주민자치회가 왜곡 운영되는 실태를 보면서 한국자치학회가 주민자치회 관련 법제도의 정비와 새로운 법률 제정을 필요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바람직한 운영을 담보한 법률제정이 한국 주민자치의 정착을 위한 명제임을 전제하면서 토론에 임한다.

전회장님의 발제문에서 제시한 14가지 원칙과 그에 관련된 논점의 정립이나 최철호 교수님의 발제에서 제시된 주민자치회기본법의 제정과 관련된 논점들은 올바른 주민자치회법의 제정을 위해 검토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고,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주민자치회는 자발성, 자율성, 자주성이 기본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율적인 자치 규약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자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규약이 필요한 것처럼 지역주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주민자치회도 구성과 운영에 있어 자치규약이 필요하며, 이는 미국의 헌장(Charter)제도나 홈룰(Home-rule)제도와 같은 것이다. 즉, 해당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민들이 자치규약을 만들어 주의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자치적인 단체로 법인격을 부여받는 것처럼 주민자치회도 지방의회 승인 내지 허가를 통해 자치의 주체로 지위를 얻어야 할 것이다.

주민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미국의 지방자치도,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주민자치도 그 연원을 영국의 교구(Parish)자치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을 지방자치의 고전국이라 칭하는데 그것은 아주 오래전 앵글로색슨 시대(6세기-11세기 중엽)에 교구(Parish)에서 주민자치의 전통이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절대왕정과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는 독일이나 불란서를 중심으로 지방영주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는 단체자치와는 달리 영국은 민주주의 근본원리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 주민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주민자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정치적 변혁과 최근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의 와중에서도 교구는 없어지지 않고 준 자치단체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영국 지방자치의 영속성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교구(Parish)는 1960년대 이후 행정구역의 통합과 계층의 축소와 같은 행정체제의 대대적인 개편과 더불어 그 수가 줄어들거나 폐지되었다. 그러나 1977년 이후 주민의 의사에 따라 교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기능도 교통과 범죄예방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폐지되었던 교구가 부활되거나 그 기능을 강화하면서 영국 지방자치에 있어 개편에 따른 광역화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보완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의 도시지역과는 달리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히 1만 여개의 Parish가 자치단위로 존재하면서 마을의 관리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구규모에 따라 법률(1972년 지방자치법)에 의해 교구의회(Parish Council)가 설치된 곳도 있으며, 의회는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된 5명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주민의사를 대표하며 지역사무를 자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교구(Parish)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기틀을 다져온 영국에 있어서도 중앙 부처 중심의 정책의 설계 및 제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공서비스의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고 지역 수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집권한 보수당-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는 지역주권을 주요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한 지역의 경제 및 복지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지방정부를 포함한 지역의 리더들과 지역민들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성과가 바로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11년 지역주권법이 제정되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지방정부, 공공기관, 또는 지역의 민간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과거에 이어 오늘날에도 주민조직이 주민자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정부의 주민조직 지원제도의 덕분이다. 

영국은 커뮤니티 조직을 지역의 중요한 사회조직으로 간주하고 각종 기금 등을 통해 이들 조직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결과 이들의 활발한 자치활동이 보장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주민자치회(조직)를 지원하는 법률의 제정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회를 포함한 어떠한 지역의 조직도 법률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않거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율적인 조직으로서 활동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타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생조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조직의 자율성과 자생력을 담보하는 주민자치회법은 가능한 한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행안부의 당초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폭 수정된 점이나 주민자치회법의 제정(입법화 과정)이 더딘 이유 중의 하나는 지역 정치세력의 기득권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대표자들에 의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게 되면, 지방의원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기존의 정치권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과정에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여 입법화가 가능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법이 제정되고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주민자치가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한국에 지방자치가 도입되고 정착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처럼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체자치위주의 자치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되어 권한이 확대된 지방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무소부위의 지역의 특권세력으로 거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권한이 지역주민(마을)에게 확산(분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의 관변단체 내지 주민의 의사를 행정에 전달하는 리·통장이나 주민자치센터를 관장하는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의 진정한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지역의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주민자치는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외형상의 형식적인 제도 속에 매몰되어 허덕이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 풀뿌리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 지역의 일들을 그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민자치에 관한 법제화는 어떤 난관이 있다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자치학회가 그간 엄청난 노력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주민자치법의 제정과 자치규약의 설계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특히, 자치규약의 모범적인 설계안을 마련하는 것도 주민자치회가 어떠한 정치적 세력에 좌우되지 않는 자율적인 조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자치규약이 법적인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승인이냐 신고냐, 그리고 국회나 상급자치단체에서 그 권한을 부여하느냐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어떻던 기존의 지역단체와는 달리 지역주민의 대표하는 자율적인 단체로서 주민자치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몇 개의 모범적인 설계안의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전상직회장님이나 최철호교수님의 발제한 내용에서 제시된 주민자치 규약안은 또 다른 논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의미가 크다.

끝으로 주민자치를 주민자치회가 이끌어가기에는 지역의 현실은 녹녹치가 않을 것이다. 도시지역은 도시재생과 마을가꾸기 사업 등 지역의 현안을 주민들이 직접 추진하고는 있지만 농촌지역의 경우 이미 공동체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마을을 이끌어가기 위한 리더는커녕 젊은 사람들도 거의 없다. 

설혹 있다 하더러도 기존의 관변단체에 관여하는 등의 중복적 참여로 순수한 주민자치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관이 임명하게 되면 관치의 문제가 제기되고, 주민이 선거하면 정치의 영향을 받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토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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